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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65 호 연결의 시대, 왜 혼자를 택하는가?

  • 작성일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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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1
박찬웅

연결의 시대왜 혼자를 택하는가


  카카오톡 알림은 끊이지 않고인스타그램 스토리는 24시간 누군가의 일상을 전송한다그러나 역설적으로가장 '연결된세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단절'을 선택하고 있다단순한 일탈이 아니다끊임없는 관계 유지와 리액션 노동에 지친 Z세대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7명이 "혼자만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학교 커뮤니티에서도 "오늘 하루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는 게시글에 공감 반응이 쏟아지는 건 낯선 풍경이 아니다이제 캠퍼스에서 혼자 밥을 먹고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은 '안쓰러운 광경'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읽힌다.


혼밥흔카혼행 등… 혼자의 방식은 다양하다


▲ 평소 혼자서 하는 활동 조사 (출처: https://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949)


  1인 라이프스타일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상명대 주변에는 각 유형에 딱 맞는 공간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가장 먼저 대중화된 혼밥은 이제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 아니다.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가 혼밥의 가장 큰 매력이다. 혼카 역시 카공(카페 공부)을 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멍때리는 것 자체가 힐링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부암동의 빙수 맛집 '부빙' 은 혼자 방문하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시그니처 빙수(완소빙수, 핑크 라즈베리 빙수 등)중 특히 딸기빙수가 가장 유명하며,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혼자 창밖을 보며 멍때리기에 좋다.


▲ 홍제폭포 (사진: 박찬웅 기자)


  홍제천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홍제폭포는 낙수 소리가 도시 소음을 자연스럽게 차단해 준다. 이어폰 하나 꽂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붐비지 않아 진정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쉽다. 혼자 책 한 권 들고 앉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작품 하나 앞에 얼마나 오래 서 있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게 혼전의 가장 큰 자유다. 3호선으로 바로 접근 가능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MMCA)은 현대미술 특유의 여백과 정적이 혼자 방문하기에 최적이다. 야외 조각 정원과 카페까지 갖춰 반나절을 충분히 보낼 수 있고, 무료 상설 전시도 운영해 부담이 없다.


▲ 서촌 거리 (사진: 박찬웅 기자)


  일정을 누군가에게 맞출 필요 없이 움직이는 혼행은 멀리 갈 필요가 없다. 경복궁·창덕궁 일대는 이른 오전이나 평일 오후에 방문하면 관광객이 적어 고즈넉한 정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돌담길을 따라 북촌·서촌 방향으로 산책을 이어가거나, 근처 작은 찻집에서 혼차(혼자 차 마시기)로 마무리하는 반나절 혼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 부암동 풍경 (사진: 박찬웅 기자)


  이외에도 서울캠퍼스에서 버스로 세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부암동도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와 세월을 간직한 식당들, 아기자기한 소품 숍과 서울 미술관을 비롯한 갤러리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는 혼자서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는?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을 쉽게 혼동하곤 한다. 혼자 있는 상태를 외롭다고 여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철학자 폴 틸리히는 이 두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를 원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고통의 감각이다. 반면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혼자 있음으로, 자신과 깊이 대화하는 내면의 공간이다. 같은 빈 방 안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과 고독을 누리는 사람의 경험은 전혀 다르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은 때때로 불안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아무 영상이나 틀거나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게 되는 이유는 혼자 있음을 외로움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견뎌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고독의 문 앞에 다다를 수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일기를 쓰며 오늘 하루 어떤 감정이 흘렀는지 되돌아보거나, 음악 한 곡을 온전히 집중해서 듣거나, 아무 목적 없이 산책하면서 생각이 떠오르도록 두는 것. 이러한 행위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향해 귀 기울이는 연습이다. 즉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기대에서 벗어나 있을 때, 우리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혼자 있는 시간이 자동으로 의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이다. 타인에게서 잠시 멀어지는 것을 실패로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기회로 바라볼 때 고독은 비로소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나를 찾는 시간고독


  우리는 늘 바쁘다. 쉬는 시간에도 무리 지어 이야기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화면 속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혼자인 시간은 마치 생산성 없는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가장 성실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듯,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상처받으며, 어떤 꿈을 품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타인이 대신 찾아줄 수 없다. 오직 나만이, 나와 함께 있는 시간 안에서 조금씩 찾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잠깐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이어폰을 빼고, 화면을 내려놓고, 그냥 가만히 있어 보는 것. 불편하다면 그것도 좋은 신호다. 그 불편함 너머에 당신이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혼자인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박찬웅 기자김건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