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0 호 공조 2 : 인터내셔날, 2022 추석을 강타한 흥행작
공조 2 : 인터내셔날, 2022 추석을 강타한 흥행작 ▲ 공조 2 : 인터내셔날 메인 포스터 공조 2는 추석 연휴를 목표로 개봉하게 되었다. 1편의 큰 흥행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얻었다. 경쟁작으로 떠오르는 영화도 없어 흥행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이 많았다. 그 결과, 현재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상영되면서 개봉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4주차에 정직한 후보2를 누르고 다시 1위를 탈환했으며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조 1의 아성을 무섭게 뒤쫓아 가고 있는 공조 2는 남한으로 숨어든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새로운 공조 수사에 투입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수사 중의 실수로 사이버수사대로 전출됐던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의 광수대 복귀를 위해 모두가 기피하는 '철령'의 파트너를 자청하면서 각자의 목적을 위해 다시 공조하게 되는 이야기다. 수사 현장에서의 무섭도록 진중하고 이성적인 형사로서의 모습과 대비되는 일상적인 모습, 현실적인 인물들의 반전 면모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다시 재회하게 된 강진태와 림철령의 보다 능글맞은 케미, 새로운 인물인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의 등장이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덧붙여 공조 1에서 반응이 좋았던 박민영(윤아)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도 즐겁게 지켜볼 만하다. 인물들 간 관계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영화의 관람을 더 재미있게 해줄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공조 2 : 인터내셔날’이 현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속도를 보면 충분히 공조 1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좋아하는 배우가 공조 2에 있거나 가볍게 온 가족이 보기 좋은 킬링타임 영화를 찾는다면 관람을 추천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에 단연 손에 꼽게 추천할만한 영화다. 앞으로 공조 시리즈를 이을 세 번째 영화를 기대해본다. 곽민진 기자
제 710 호 [순간포착] 역광
<역광> 촬영을 위해 친구와 천안 안서동 근처를 배회하였다. 오후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해 해질녘 즈음에 촬영한 사진이다. 서로를 촬영하며 어느새 서로의 모델이 되어주던 와중 해가 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촬영할 당시 해를 등지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역광으로 인해 한쪽 팔 부분에만 햇빛이 어슴푸레 비치고 그 외에는 오로지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보이지 않는 모습이 어쩐 일인지 더 좋아 보였다. 가끔씩은 얼굴과 옷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 보다 ‘저 사람의 얼굴은 어떨까?’, ‘무슨 옷을 입었을까?’, ‘성격은 어떨까?’ 등의 여러 질문을 연상케 하는 그림자만 보이는 역광의 사진이 궁금증을 유발해 흥미롭게 보이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다운 역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양시원 기자
제 710 호 [사설] 가상공간과 실제공간
가상공간과 실제공간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코로나 19 대유행은 우리의 생활환경을 크게 변화시켜 왔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로 말미암아 언택트(untact)라는 새로운 생활문화가 발달하여 왔고, 이로 인하여 소위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들만의 전유물로 간주되어 왔던 디지털 환경에서의 원격 수업과 원격 활동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익숙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몰입감이 필요하다. 가상의 상황에서도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서는 몰입감을 현실화하여야 한다. 가상현실에서 사용하는 입체감이나 후각, 촉각 등을 활용한 4D 체험 등이 이러한 몰입감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몰입감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가상공간이 실제 공간과 거의 비슷하게 실현되어야 한다. 실제 공간과 똑같은 환경을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하는 것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 한다. 디지털 트윈이란 말 그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실제와 똑같은 쌍둥이를 재현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디지털 트윈을 이용하면 실제 공간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설정하고 이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건물을 건설할 때 주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지역에 신도시나 주거단지를 입지하면 주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 기술은 국토 공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모의실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디지털 공간에 잘 적응하기 위한 두 번째 기술은 디지털 공간에서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사람들 상호 간에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상의 공간과 실제 공간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제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어떠한 활동을 함으로써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의 수업도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수업내용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형성되며, 이는 수업의 효과를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경우에도 실제 경기장에서 같은 팀을 응원하는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스포츠 경기를 더욱 즐길 수 있다. 언택트를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이러한 유대감 형성은 쉽지 않은 기술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도 SNS와 같은 매체를 이용하여 사용자 간의 유대감 형성이 이루어져 왔으며, 최근 등장한 메타버스 기술은 이러한 유대감을 보다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하여 가상의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아바타를 만들고, 이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우리는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일상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술들이 발달하였고, 우리는 최근 3년간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언택드 시대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생활할 수 있었다. 이제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지금에서 앞으로의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난 3년간 언택드 시대에서 경험하였던 디지털 환경에서의 생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반강제적으로 경험하였던 디지털 환경이 아닌, 우리의 선택에 의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생활할 것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시간적 경제적으로 직접 만나지 못할 경우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의사소통이 생활화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우리가 가상공간에서 활동한다는 점을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감과 참여도를 향상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공간이 실제 공간에서의 생활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서 원격수업보다는 대면 수업에 익숙해져 있으며, 스포츠 경기 역시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여야 더욱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생활이 실제 공간에서 구현되기 어려울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디지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앞으로 생활하게 될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코로나로 인한 지역의 봉쇄도 점차 풀리는 지금, 이제는 실제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이제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여행을 통해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직접 하기를 바란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이러한 활동이 어렵다면 디지털 공간이라는 대안도 있다. 디지털 공간의 등장으로 우리의 선택지는 더욱 넓어진 셈이다.
제 709 호 [만평] 상명네컷
[만평] 상명네컷 김다엘 기자
제 709 호 [순간포착] 길거리 보름달
[순간포착] 길거리 보름달 <길거리 보름달> 전공 과제를 하기 위해 친구와 한남동 주변을 둘러보던 날이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길을 걷던 도중 무언가를 지나쳤다는 걸 알고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 바로 이 하얀 결정체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일반 인도에 이러한 원모양의 것들이 수없이 나열 되어있었다. 순간 무슨 생각이었는지 냅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었던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 누가 보더라도 사진으로 하나쯤은 남기 고픈 밤거리를 환히 비추는 결정체와 그 밑의 꽃과 풀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마치 보름달과 같았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시기 적절하게 맞아야만 볼 수 있는. 특히나 주변의 검은 배경 안에서 유일하게 홀로 빛나고 있는 결정체와 옆의 아기자기한 꽃봉우리 특유의 아련함이 사진에서 잘 묻어나와 더 몰입되는 것 같다. 양시원 기자
제 709 호 [사설] 기회의 시기
기회의 시기 조형이란 언어체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저에게 글로 생각을 전하는 것은 익숙지 않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이 학생에게 전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기회를 빌려 저의 진심을 담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글로 저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올해 9월에는 세계 3개 아트 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프리즈 서울 22(Frieze Seoul 22)’라는 이름으로 서울 COEX에서 9월 2일부터 9월 5일까지 개최되었습니다. 4일의 짧은 기간 동안 코엑스에서 열린 이 행사는 프리즈의 첫 한국 개최라는 우려를 뒤집고 전 세계에서 모인 7만 명의 관람객과 뉴욕, LA를 넘어선 6000억의 거래실적을 보이며 대흥행을 기록했습니다. 프리즈의 대표이자 디렉터인 빅토리아 시달(Victoria Siddall)은 사석에서 한국과의 계약은 5년이지만 앞으로 100년을 더 하고 싶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 행사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입니다. BTS와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POP은 말할 것도 없고,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으로 이어지는 세계무대에서의 수많은 수상 소식은 한류가 이제 한시적 해프닝이 아닌 거대한 흐름임을 인정하게 합니다. 남의 얘기만 같던 세계의 주류가 된 한국의 문화. 그렇다면 이 흐름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력으로 다가올까요? 저는 전공 특성상 2-3년에 한 번씩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를 방문합니다. 한정된 공간속에서 열리는 다른 디자인 박람회와는 다르게 이 행사 기간 동안 밀라노는 도시 전체가 마치 디자인 테마파크라도 된 것처럼 도시 곳곳에 멋진 전시와 디자인 관련 런칭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립니다. 2021년 9월에는 저도 제 작품을 들고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2019년에 이어 2년 만에 방문한 밀라노 디자인 위크 속에서 확인한 한국에 대한 태도는 그 사이 드라마틱하게 호의적으로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 동경하던 유럽, 예술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 저는 반대로 한국에 대한 그들의 뜨거운 관심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유학을 위해 추천서를 부탁하는 학생들과 제 스튜디오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다는 지원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문화사 속에서 전통적 강국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 배웠던 과거의 예술사 및 문화사에서 현재와 같은 대한민국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려질 미래의 예술사 및 문화사에서 대한민국은 중심의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책으로 공부하던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 땅에 우리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 반만년의 역사에 다시없을 호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차지할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미래는 제가 학창시절 배웠던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기록되어 먼 훗날 우리 후손이 배울 역사가 될 것입니다. 청년을 압박하는 좋지 않은 여러 상황, 젊은이에게 희망 없는 대한민국이란 헬조선의 부정적 환경에 일조한 기성세대로서의 잘못은 반추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세계의 중심이 될 대한민국에서 여러분들이 그려나갈 미래가 정말 기대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만날 미래를 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여 만들어질 미래를 꿈꾸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 708 호 [사설] 우리의 정신건강, 안녕한가?
우리의 정신건강, 안녕한가? 코로나 사태 이후 대학생활의 부적응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비대면 수업 때 온라인 화면에서 카메라를 끄고 숨어버리는 학생들도 많고 대면 수업의 경우에도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얼굴을 들지 않는 학생들도 여러 명이다. 또 면담 자리에서 직접 우울이나 공황 증세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마치 ‘히키코모리’나 ‘코쿤족’처럼 자기 세계 속에 침잠해 있고 자폐적인 태도로 살아간다. 이들처럼 많은 사람이 골방이나 마스크 속으로 숨어들며 가려진 얼굴과 더불어 마음의 이야기도 좀처럼 꺼내지 않는다. 물론 ‘코로나 블루’ 이전에도 심리적 곤란이나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러 정신장애의 ‘유병률’이 매년 사회통계로 잡혀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사회 어느 집단에서든 평균적인 정신건강의 기준에서의 일탈은 존재해 왔다. 하지만 근래 3년여에 걸친 코로나 사태가 유발한 여파로 인해 우리의 마음 건강은 더욱 편치 못하다. 이는 비단 학생이 사라진 캠퍼스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발견될 수 있는 현상이다. 확실히 줄어든 대면 접촉 속에서 불필요한 만남을 생략하게 되니 오히려 생활이 편해졌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또 너무 밖으로 내돌던 생활을 거두고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반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부쩍 ‘마음의 증세’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집 안팎에서 식물이나 화초 기르기, 반려견과 산책하기, 요가나 명상하기 등에 끌리며, 이제 ‘힐링’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많이 지쳐왔고, 코로나 위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의 시점에서 심리적 피로감과 긴장감은 여전하다. 얼마 전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인’을 꼽는 전문가 조사에서 유명 여성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17년간 그 자리를 차지했던 유명 언론인을 제쳤다는 소식을 접했다. TV 프로그램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그 여성정신과 의사는 요즘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는 ‘유명스타’가 되었다. 그 분이 그런 위치에 오르게 된 주된 이유는 물론 능력과 노력 덕분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심각한 심리적 어려움과 문제를 겪고 있고 해결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예전에는 전혀 발길이 닿지 않았던 정신과 클리닉을 방문해서라도 살펴보아야 할 수준에 이를 만큼 위협받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2019년에 발행된 <전 세계 행복과 건강> 보고서에서는 정신질환이 7퍼센트에서 13퍼센트의 비율로 건강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3억 명이 넘는다고 WHO는 추산한다. 2030년이 되면 우울증은 전 세계 질병 부담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불안장애를 앓는 사람의 수도 증가 중이라고 한다. 미국 인구 중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28퍼센트라고 하니 거의 3명 중 1명꼴로 외로운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을 영국에서는 아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 몇 년 전부터 ‘외로움 장관’을 두고 ‘외로움 끝내기 캠페인’까지 벌여왔다. 우리 사회에서의 정신건강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는 정신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문제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의 정신적 안정이나 편안함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이다. 소극적으로는 정신질환자들의 이상심리 행동이 가끔 사회에 물의나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는 수준에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적극적으로는 정신건강이 궁극적 건강이나 행복과 직결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법 제정이나 정책 수립, 사회 서비스의 보급이 토대를 이루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의 정립도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인간으로서 온전한 삶을 꾸려간다고 할 때, 마음의 건강도 몸의 건강 못지않게 강조되어야 할 중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제 708 호 [영화로 세상 읽기] 말괄량이 소녀 ‘아스트리드’가 스웨덴을 대표하는 전설의 작가가 되기까지
[영화로 세상 읽기] 말괄량이 소녀 ‘아스트리드’가 스웨덴을 대표하는 전설의 작가가 되기까지 영화 <비커밍아스트리드> / 2021 영화의 주인공인 말괄량이 소녀 ‘아스트리드’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10대 소녀이다. 1920년대 스웨덴의 견고한 기독교 문화와 지역성이 강한 시골에서 자란 평범한 10대 소녀는 이성 교제는 물론 머리 모양 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집안일을 돕거나, 동생들을 돌보거나 하는 그저 허드렛일뿐이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기본이던 시대였지만 딸의 글솜씨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 덕분에 틀을 깨는 자유로움을 좋아하던 ‘아스트리드’는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게 되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랑을 해보고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스트리드’는 결국 미혼모가 되었고 홀로 양육하게 되기까지의 분투, 작가가 되기 이전 여성으로서의 삶을 이 영화에서 담고 있다. 1920년대라는 걸 생각해봤을 때, 여자로서 무도회에서 혼자 깨발랄한 춤을 춘다든지 오빠와는 달리 여자라서 더 일찍 집에 들어올 것을 종용하는 엄마의 말에 반대한다거나 블룸버그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잃은 걸 두고 ‘어미가 자식을 잃은 것만큼 큰 고통은 없지’라고 했을 때 ‘남자도 마찬가지 아니에요?’라고 되묻는다든지 과감하게 긴 머리를 짧게 자르는 장면은 굉장히 신선하다. 이는 남자와 여자로 갈라져 버린 사회의 생각과 시선을 거리낌 없이 부숴 버리는 것인데, 막연히 머리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들을 ‘아스트리드’는 가슴으로 인지한 채 적재적소에 타인에게 말했다. 가슴으로 인지된 개념들은 오래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농익은 삶을 규정하기에 이른다. ‘아스트리드’의 주옥같은 작품들 그리고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드높인 사회운동가로서의 활동들이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혼자 살 수 없을 때, 친구가 손을 잡아주었고, 출산과 양육을 도와준 덴마크의 마리가 있었으며, 전통적 여성을 강조하는 불합리했지만 끝내 ‘아스트리드’의 삶을 지원하고 힘이 되어준 엄마가 있었다. 결혼하지 않기를 응원했고, 자신의 삶을 살기를 바래준, 여성이 여성을 돕는, 그래서 함께 힘을 내는 그런 면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제목이 왜 ‘비커밍 아스트리드’일까? 그녀는 ‘아스트리드’로 태어나 평생 ‘아스트리드’로 살지 않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를 ‘아스트리드’보다 그녀의 남편 성인 ‘린드그렌’으로 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영화를 보면 ‘아스트리드’는 끊임없이 외부에 의해 휘둘린다.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게 있었고 가고 싶은 길이 있었고 의견이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름만 ‘아스트리드’였을 뿐, 정체성으로서 ‘아스트리드’일 수 없었다. 이 영화는 진정한 나로 살지 못했던 여성과 엄마와 아내 아스트리드의 이야기를 보여 주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보고 깨달음을 얻어야 할 대상은 훨씬 광범위할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비록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짧은 시기만을 보여줬을 뿐이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아는 ‘삐삐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삶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정소영 기자
제 708 호 [책으로 세상보기] 숨겨진 이면 속의 노동 이야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숨겨진 이면 속의 노동 이야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세상은 발전했는데, 아동 노동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저자 공윤희, 윤예림 외 1명 |출판 샌들코어 |2016.11.30.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초콜릿 공장은 매혹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초콜릿 공장 내부에 처음 들어서면 보이는 압도적인 크기의 초콜릿 폭포와 호수, 그리고 온갖 초콜릿, 사탕들로 꾸며진 들판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와 같은 환상적인 놀이공원보다도 더 크고 화려하다. 또한, 같이 일하는 움파룸파족과 함께 악당을 혼내주는 역할로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일반적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움파룸파족을 잠시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을 엄밀히 말하자면 해외에서 온 노동자들이다.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닌 카카오 열매만 받으며 밤낮없이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 자신이 일한 대가를 현금이 아닌 카카오로 받는데도 움파룸파족은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마 자신들이 불리한 조건에서 일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그저 기뻐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평소에 스마트폰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지만, 그 뒤에는 집을 떠나 타지에 팔려간 어린아이들이 정당한 보수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역에 동원되고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아동노동, 원주민 강제 이주 및 강제 노역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조금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타인의 고통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 또한 여러 책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던 노동 착취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렇다면 노동 착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 책에는 8가지 이야기마다 각 분야에서 노동 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 단체와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모두를 위한 세계화를 위한 지혜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원료인 콜탄의 인기로 콜탄의 매장량이 가장 높은 콩고 민주 공화국은 콜탄으로 인한 내전과 착취로 인해 죽음의 땅이 되고 있다. 이에 콜탄은 죽음과 광기를 일으킨다는 의미로 “블러드 콜탄”이라는 수식어까지 생겼다. 이러한 콜탄은 노동 착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콜탄으로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어린이가 납치를 당해 콜탄을 캔다. 콩고 민주 공화국에 있는 콜탄 탄광의 절반 이상이 어린아이들이다. 어린아이들은 망치로 콜탄을 깨거나, 씻어내는 일을 하며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드 – 플렝크 법”과 공정무역 폰인 “페어 폰”이 생겨나고 있다. 도드 - 플랭크 법이란 분쟁지역 혹은 노동착취를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서의 광물을 사지 않는 법안이다. 이러한 법안으로 인해 노동착취가 일러나는 곳에서 사지 않음으로써 노동착취를 하지 않도록 한다. 페어 폰은 국제단체가 함께 모여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는지 확인 또는 감시함으로써 제작을 한다. 예시와 함께 작가는 여러 사례가 모여 노동 착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꾸준히 감시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노동착취하는 일을 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노동착취를 하는 일도 있었다. 2008년 우즈베키스탄의 목화 공장에서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기업이 거래를 중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 하지만 포스코와 한국조폐공사는 오히려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었던 운동이 코튼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우즈베키스탄의 목화 산업의 강제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캠페인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목화를 쓰지 않도록 설득과 시위를 진행했다.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직접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작게나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천 방법들을 찾아봐야 한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조금 비싸더라도 밸런타인데이 때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물한다거나,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를 이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작게나마 노동 착취 문제 해결에 앞장서 보는 것은 어떨까? 장원준 기자
제 708 호 [순간포착] 새벽 수채화
<새벽 수채화> 잔잔한 물결에 반영된 휘황찬란한 색들이 한강의 새벽 밤을 빛내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가득찬 배경 덕분인지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흥이 솟아나는 분위기를 연출해내어 사진을 보는 눈이 저절로 맑아지는 듯 하다. 친구와 함께 한강 산책로를 거닐며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날의 새벽 공기와 바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 마치 저 자리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교통수단도 끊겨 위험한 밤길이었고 걸어서만 다녔기에 고생된 하루였으나 아름다운 조명 빛을 보며 지친 마음 한구석을 달래주어 앞으로의 기억에 계속 남을 듯 싶다. 양시원 기자
이 사이트는 자바스크립트를 지원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을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