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학술·사회

제 765 호 중고거래부터 자원순환가게까지…MZ세대의 일상 속 친환경 소비 확산

  • 작성일 2026-06-05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194
이윤진

중고거래부터 자원순환가게까지…MZ세대의 일상 속 친환경 소비 확산


▲세븐일레븐 AI 순환자원 회수로봇

(사진: https://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58)

  라벨을 제거한 투명 페트병을 순환자원 회수로봇에 투입하면, 기기화면에 소정의 포인트가 적립된다. 최근 관공서나 편의점 같은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러한 행동은 포장재와 일상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모든 자원을 재사용하는 삶의 방식인 '제로웨이스트'의 예이다. 제로웨이스트가 2030 세대에서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며, 실제로 환경 실천을 할 수 있는 인프라의 구성도 함께 진행되는 추세다.

  환경 보호라는 가치에 소정의 보상이 결합되면서, 번거롭게 여겨지던 재활용의 진입장벽을 낮추며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일상적인 환경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개인의 실천을 넘어 오프라인 실천 공간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원순환, 오프라인 상점 사례 등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원순환 실천의 청년층 인식과 일상화

   자원순환 실천은 청년층의 일상 속으로 점차 스며드는 모습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물품을 사고팔며 버려지는 물건을 줄이거나, 배달 음식 주문 시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선택하는 행동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일상 속 자원순환 방식인 중고 거래의 경우,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발표한 2024 세컨핸드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의 78%가 MZ세대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비 인식 변화는 구체적인 통계 지표로도 나타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1년에 발표한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의 68.8%가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했으며,  71.0%가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2022년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MZ세대 응답자의 64.5%는 친환경 등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재생의 역할과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등장

   청년층의 친환경 가치 소비는 지역 사회 기반의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제로웨이스트 상점이다.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구도심이나 시장, 골목 상권에 자리하며, 도시 친환경 소비의 대표적인 구심점이 되었고 동네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공간들은 친환경 제품의 판매와 더불어, 방문객이 자원순환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참여형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빠띠 공익데이터의 제로웨이스트숍 가게 지도

(사진: https://data.campaigns.do/datasets/6VgHR5)

  시민참여 플랫폼 빠띠 공익데이터가 카카오맵 정보를 기준으로 취합하여 공개한 제로웨이스트숍 가게 지도 데이터에 따르면, 제로웨이스트 상점과 리필 스테이션은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단위로 활발하게 등록되어 운영 중이다. 해당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서울 마포구, 영등포구, 강동구를 비롯해 경기 수원, 용인, 김포 등 수도권 권역에 다수의 상점이 위치하며 지역 내 주요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친환경 인프라의 구축 흐름은 비수도권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소비문화 인프라가 대도시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동네 단위 상권으로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환경 문화가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해할 수 있다

지역 속 자원순환 거점으로 자리 잡은 제로웨이스트 상점

▲고양시 대화동 '도토리상점' 외관 (사진: 이윤진 기자)


  실제로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양시 대화동에 위치한 '도토리상점'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제로웨이스트 상점 '도토리상점'은 생활권 기반 자원순환 공간의 한 사례다.

  도토리상점을 운영하는 황 사장님은 처음부터 환경운동을 목적으로 가게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동네가 조금 지저분하다고 느껴져서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만들기 사업'을 알게 됐다"며 "컨설팅을 받아보니 재활용과 쓰레기 줄이기 활동이 내가 생각해 오던 방향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2021년부터 2년간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만들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활동을 이어왔으며, 현재는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도토리상점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내 자원순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원 수거 활동이다. 매주 화요일이면 주민들이 페트병과 캔 등을 가져오고, 이를 고양시와 연계해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자원순환가게 기능을 담당한다. 상점 외부에는 우유팩과 폐건전지, 초소형 가전제품 등을 수거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도토리상점' 내부 판매 물품 (사진: 이윤진 기자)


   매장 내부에서는 고체치약과 고체비누, 천연 수세미, 텀블러, 스테인리스 빨대, 천 생리대 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황 사장님은 제품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그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서 너무 비싸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며 "이윤을 많이 남기기보다는 사람들이 친환경 소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도토리상점' 외부의 분리배출통과 새활용 활동 (사진: 이윤진 기자)


  도토리상점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 상점에서는 '다람이클럽'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운영하며 플로깅, 새활용(업사이클링) 활동, 비건 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변 커피전문점 30여 곳에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반죽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활동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다람이클럽'의 커피 찌꺼기 반죽 체험 (사진: 이윤진 기자)


  요즘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을 상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 묻자, 황 사장님은 과거에 비해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분명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보다 라벨을 제거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젊은 세대들에게 분리 배출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는 등 환경 친화적인 활동들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심이 실제 소비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 사장님은 "친환경 제품들은 가격 부담이 있는 경우가 많고 관리가 번거로운 제품도 있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자원순환가게 같은 공간 자체가 아직 많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 고양시 장촌초등학교 학생들의 편지 (사진: 이윤진 기자)


  그럼에도 상점을 운영하며 의미를 느끼는 순간들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황 사장님은 "인근 초등학교에서 환경 강의를 한 뒤 학생들이 써준 편지를 전시해두고 있는데 그럴 때 가장 뿌듯하다"며 "가게 앞 나눔박스를 아이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즐겁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지역 안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친환경 소비, 그 다음 실천 과제

  환경 보호는 더 이상 일부 사람들만의 특별한 실천이 아닌 일상 속 생활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페트병을 분리하여 배출하고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찾는 행동들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점차 자연스러운 소비 방식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실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토리상점과 같은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주민들이 환경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생활권 기반 자원순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도토리상점은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만들기 사업 지원이 종료된 이후 운영자가 개인적으로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순환 문화가 일상 속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의존하기보다 지역사회와 지자체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더 많은 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 상점과 같은 자원순환 공간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소비 문화의 변화 속에서,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지역 안에서 새로운 친환경 실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윤진 기자, 변의정 기자